선유동...........
평소 같으면 잠들어 있을 시간
아침 6시 40분
낯선 계곡가에 서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해서
달려 온 길 이지만
늘 그렇듯
산행을 시작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선유동 계곡
준비없이 들어섰다.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무지 더울 모양이다
오늘도.
수량이 적당한 계곡은
초입부터 갈등에 젖게 만든다.
저 물에 발 담그고
오늘같은 날엔
더위나 식힐 일이지.......
의외로
선유동계곡은 유순하다.
잔잔하고
여유롭고
신선이 놀은게 아니고
선녀가 놀은 계곡인 듯
산행하면서
오늘처럼 유혹 받기는 처음.
미친듯 삶아대는 날씨는 오늘도 여전하겠지
여기선 매미소리로 그 더위를 가늠해 본다.
뒤 돌아보니 토끼봉(?)
처음 든 계곡인지라 가늠이 어렵다.
선유동
탁월한 선택이라 자찬하고..
물은 소리내어 흐르다가
잠시 머무를 땐 고요하다.
제 가는 길에 그리 맞추어 가는가 보다.
풋 밤송이 같은 나이인데
자꾸 사고가 경직 되는 것 같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을 본다.
나이와 상관없이 유연하고 부드럽고
분위기를 맞추어 주시는 분
중학교때 인가? 아직 기억에 남는
"큰바위 얼굴" 같으신 분들이 계신가 하면
서릿발처럼 차갑고
한치의 양보도 없고
꼬장꼬장한 외모에
고집과 주름이 가득한 ...............
고집센 어르신.
물은 막힘없이 아래로 흐르고
단순한 그 진리를 배우고
3년쯤 되었나?
동남아 쪽으로 여행을 갔었다.
바쁘게 하루 일정을 보내고
저녁 식사 전
마사지방이란 곳엘 갔었다.
우리나라의 한의원 치료실 처럼
마루바닥에 매트리스 깔고
커텐 칸막이로 된...
우리 일행 10여명이 동시에
마사지 란 걸 받았는데........
도데체 아파서 참을수가 없었다.
긴장해서도 그렇겠지만
시원함은 하나도 없었다.
잠시후
"긴장하지 말고
힘을 빼고
편히 누우라"?고
통역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한다.
몸이 경직되면
맛사지사도 힘들고
나도 힘든다고.........
비로소 몸의 긴장을 푸니 피로가 가시는 듯 하고
맛사지사도 ...
경직된다는 것은
나도 상대방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유연해야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조용히 흐르는 선유동 계곡처럼
순리에 맞게
거스르지 말고 살아보자고
긴숨을 마쉬어본다.
선유동계곡은
사람으로 말하자면 중고생 정도 되는 듯 하다.
부드럽고 때 묻지 않고
청순하다.
여기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계곡이 마르고
거친 오름길이 지속된다.
지금까지의 그 평화로움을
빼앗듯이
산길은 곧추 서 있다.
하지만 별수 있으리?
그냥 한발 한발
오를 수 밖에.
그 뻐근함은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주능선에 시선을............
반야봉, 먹통골, 의신.......
내가 내려가야 할 지네능선과 토끼봉에서 흐른 범왕능선
지네능선??
난 산에 다니며 동물이든 곤충이든
발이 많은 것도
발이 없는 것도 무척 싫어한다.
이 능선도 그랬다.
조망도 없고
두류능처럼 고도도 안 떨어 지고
쐐기, 모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겨보았는데
대성골인 줄 알았는데
원대성? 삼정??
이 능선길은 인내심을 길러준다
이미 생수는 바닥인데
봉우리에 올라서면 또 한봉우리가.......
그 짓을 예닐곱번..
참나무 계단이 반갑고
이 그네가 나오면다 내려온 것이다.
등산화만 벗어 던지고 대성골에 뛰어들었다.
9시간의 산행
선유동의 아름다움.
지네능선의 고행
이 계곡속에 앉아 생각해보니
첫 새벽
눈 비비고 나 선것 이
잘 한거 같다.
그래도.
* 산행일 : 2012. 8. 4
* 동행 : 프록켄타님, 윤부장,아멜리에 나
* 산행시간 : 9시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