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26일
다시 봄이 찾아왔다는데.
이곳은 어제도 진눈깨비가 날리는 겨울인지라
작년에 태어난 고라니 형제가 막 돋아나는 마늘싹을 뜯어 먹었다.

사철나무 울타리는 고라니에게 양보했지만
마늘만은 그럴수 없어
나이론 그물 울타리를 치고
상추모종 심어놓고
서둘러 운봉을 나선다.
아직은 좀 이르겠지만
만개한 모습보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모습이
더 고운 까닭이다.
선암사를 향하여 구례산동의 산수유도 지나치는데
화엄사를 고집하는 아내의 바램을
외면할수가 없어 우회전한다.
화엄사
지리산 종주길을 알리는 표지목을 보다가
찻집의 음악소리에 먼저 이끌려
차한잔 마시고 계곡의 물소리로 귀를 씻으며
화엄사 천왕문을 넘는다.
각황전 옆 홍매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절간 입구에서 맞이하는 모습이
수수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부지런한 탐매객과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뛰어가듯 서두르는 아내를 따라 올라선 각황전
사사자석등뒤로 보이는 호남 5매중 으뜸으로 친다는 홍매


꽃잎이 진다고
어찌 바람을 탓할까?
천연기념물 화엄사 백매는 여기서 10여분 올라가 길상암 아래에 있다.
학술적 가치가 있는 야매(野梅)로 추정되며 화엄사 홍매에 가려져 찾는이조차 드물다.
오늘은 갈길이 멀어 다음을 기약하고.....
복숭아꽃 매화꽃이 지천인 남도를 달려 도착한 조계산자락 선암사

승선교를 지나고
대웅전 뒷마당
선암사 홍매 백매가 피면서 지는 이곳은
매화향에 정신이 어지럽다.
화려한 매화나무사이에 선 고매 한그루
한참을 머무르게 만든다.
천연기념물 4그루중 하나인 선암매이다
그 향기는 600여년을 짐작케 하고
나무의 아름다운 수세는 표현할 재주가 없다.
내 그 좋아하는 탁주 한병 안 챙기고..........
선암매를 뒤로하고
장성으로 달린다.
담양을지나며 송강의 후손이 사시는 지실마을
<계당매>도 생각이 났지만
담양은 하루 날 잡아 돌아보기로 했다.
백양사 고불매 역시 천연기념물로는 유일한 홍매이다.
예상처럼 <고불매>는 아직이었다.
4월 둘째주말 즈음이면 만개하겠지.
초여흘 달이 오르는 그때의
매화 암향을 그려보며 떠오르는 시 한구절
도산월야영매 (陶山月夜詠梅) _ 이 황
혼자 산창에 기대니 밤기운 차고
매화나무 끝에 달이 떠올라 이제 막 둥글어지네
반드시 다시 미풍이 불어오지 않아도
맑은 향기 뜰에 가득하네
나막신 신고 뜰을 거니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 곁을 거닐며 돈 것이 몇 번이던가
밤 깊도록 앉아 있어 돌아갈 일 잊고있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