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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6일 음력으론 이월 초하룻날이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장 담그기 가장 좋은 날에서 하루 지났다.
조상님들께서는 정월에 담는 장을 최고로 치셨다.
특히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우수나 말일이 길일이라고.
나는 된장을 유난히 즐기는 편이다.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또는
멸치와 무우채만 넣은 된장국.
배추나 무우시레기 된장국
심지어 된장을 풀은 물에 삶아낸 돼지 앞다리 수육은
술안주로는 으뜸이다.
술이 소주던, 막걸리든 우리 술이면.
어느날 마트에서 구입한 달달한 된장의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그날부터 우리가 된장을 사는 일은 없어졌다.
된장에 메주가 없다니!
결벽증인지도 모르겠다.
3년을 기다려 장을 담그는 날이다.
(참고로 2년전 전북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의 장담그기 행사에서 배운대로)
* 준비물
- 천일염약20킬로 : 전남 신안산 3년전에 구입해서 간수가 다 빠졌다. 간수가 덜 빠지거나 중국산은 장의 맛이 쓰고 떫다
- 메주 약20 킬로 : 경험이 없어 우선 순창의 명인이 빚은 메주 20킬로를 샀다.
- 항아리 1개 : 5말 들이 1개
- 붉은고추, 대추, 숯 약간. 염도계, 계란
- 짚 한단
이 정도면 준비는 끝.
우선 금요일 저녁
고무통에 소금물을 만드는데 어쩌면 장 담그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정월장의 경우 소금물의 농도는 계란을 띄워 100원짜리 동전만큼 떠올라야 한다는데.
너무 막연하다.
어머니께서는 물 한말에 소금 서너 대접을 넣으라고 하시는데.......
메주가 가라앉으면 싱거운 것이니 두어사발 더 붓고....
어머님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비법을 하루아침에 터득하는것은 100% 불가능한 일이다.
염도계를 샀다.
소금물 농도는 15%
(서울은 15% 부산은 18%라고)
염도계는 염도잴 때 온도계와 비슷한 줄 알았더니 낚시 찌처럼 물에 떠오르더라는 .-_-
맑은 물이었는데 소금을 부었더니...
3 일전에 소금물을 만들어야 소금의 불순물이 가라앉는다.
토요일은 장독대를 만들었다.
집에서 장독대의 위치는 중요하다.
부엌과 가까워야 되고 볕과 바람이 잘 통해야 되고, 무엇보다 청결한 곳이며
사람이나 애완견 등의 왕래가 적은 곳이면 좋다.
일요일 아침
날씨가 좋다.
경건한 마음으로.........
아침에 해가 오르자 우선 메주를 수세미로 닦는다.
곰팜이를 닦는게 아니고 표면에 묻어있을 먼지 등을 씻는다는 느낌으로
메주 곰팡이는 하얗게 핀게 좋고 푸른색이나 붉은색이면
썪은 것이니 장을 담그면 안된다.
항아리는 맑은물을 채워 며칠간 우려내고 당일 아침 깨끗히 닦은 다음
짚으로 소독을 한다.
짚의 열로 소독하는게 아니고 연기로 소독후 깨끗한 천으로 닦아낸다.
(술을 담글 때도 같은 방법)
11시경 해가 중천에 오를무렵
메주를 먼저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소금물을 부으면 메주가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대나무로 고정한 후
항아리 입구는 광목천으로 덮는다.
소금물을 부을때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하여.
보통 콩 한말(7.2KG)에 소금물 18리터라고 했는데
메주기준 5킬로에 물20리터로 맞추었다.
메주 20킬로에 소금물 80리터(소금은 약 20킬로)
장 담그는 양에따라 항아리를 고르는것이 좋다.
가급적 항아리를 가득 채우는 것이 맛있는 장을 담그는 비결이라고
마지막으로 고추와 대추(붉은색이 귀신을 쫒는다는데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숯을 넣고 유리 뚜껑으로 덮으면 모든게 끝이 난다.
이제 45일 동안 따스한 햇살과 바람 등 자연에 맡기는 일만 남았다.
된장과 간장을 가르고 다시 1년이상 숙성해야 맛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