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 29 ~ 30일
전주는 지금도 한여름인데
이곳 운봉은 해가 넘어가면 보일러를 가동해야한다
따뜻한 방바닥에서 개운함을 느낀다.
3주전 인월장에서 누룩을 사다가
술을 담갔다.
은은한 누룩향을 느끼면서
넘기는 맛이 언제마셔도 싫지 않다.
쌀을 담갔다가
물기를 뺴고 찜솥에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버무려 항아리에 담그면 된다.
그 과정에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운날씨에 술을 담그면 거의 100% 실패하지만
땅 속 항아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별 지장이 없다는 걸 시행착오 끝에 알았다.
지금도 익산시 여산면의 가람 이병기 생가에서는
"호산춘"이란 명주를 빚고 있는데
옛날 밀주 단속을 피해 광의 바닥에 항아리를 묻고
100일간 막걸리를 숙성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땅속에서 발효시켰다.
담근 후 1주일이면 마실 수 있지만
3주를 더 기다리니 깊은 맛이 더하다.
한산 소곡주도 비슷하게 빚는데
찹쌀로 빚어 술이 달기때문에 난 멥쌀을 선호한다.
밀봉한 비닐을 벗기면 머리속까지 알콜기가 톡 쏜다.
어찔하다.
알콜도수는 약 15도 정도 되는것 같다.
박꽃이 피는 저녁이 되면
시골은 딱히 할일이 없다.
스마트폰, TV도 이곳에서 구차하고 별 소용이 없다.
달 보며 빚은 술 한잔 하고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며
훤한 달빛에 길게 이어진 덕두봉에서 만복대까지 이어진 능선을 바라볼 뿐.
학창시절에 손 놓고 잊고 살았던 기타를 최근에 다시 장만하였다.
잘 한것 같다.
평화롭고 고요한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이곳은 다시 분주해 진다.
해가 중천에 오기전 밭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둥근 박을 기대했는데
이런 박이 나왔다.
박 옆 덤불속에 숨어 크던 호박을 횡재 한 듯 발견했고
쌍방울로 크는 호박은 기쁨도 두배다.
매미소리와 작렬하던 태양과 같이 자라온 고추를 수확할 때다
올봄 종묘상에 청양고추 모종을 달라고 했는데
이런 큰 고추를 팔았다.
보기엔 탐스럽지만 두꺼워
말리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고추를 따는데
집 뒤 백두대간길 능선쪽에서
개짖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옆집 진돗개 고남이가 안보였고
그 녀석이 대간꾼들을 보고 짖는것이려니 했는데
짖는 소리가가 심상치 않다.
울부짖다가 비명을 지르다가.........
안되겠다 싶어 찾아 나섰다.
짖어대던 곳 근처에서 불러도 아무소리가 나지 않는다
30여분을 헤메다가 소리도 안나고 별이 있겠나 싶어 내려왔는데
다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를 좋아하다 보면 대충은 개의 짖는 소리로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올무에 걸린 것 같다
마음이 급하다.
펜치 찾아들고 다시 올라갔다.
짖는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 멈추고
소리에 귀 기울인다.
아까는 내가 다가 오는줄 알고 고남이가
반가워 짖지 않은 것이다.
산딸기 넝쿨을 헤치고
잡목사이를 헤메다가
드디어 찾았다.
목뒤로 이어진 올무가 조여와 손가락도 잘 안들어 갈만큼 목이 조여져 있다.
나쁜 사람들(고라니나 멧돼지를 잡으려 했을 것이다)
철사를 끊으니 고남이가 낑낑댄다
고마웠을 것이다.
주인한테 전화해서 올라 오시라고 하고....
이렇게 나무에 고정해 놓았으니............
발견하지 못했으면.........
한바탕 소동이 끝났다.
ㅇㅣ놈은 아랫집 일본산 시바견인데
옆에 가면 안된다.
1초도 가만히 못견디고 물고 핧고 달라들기 때문
이렇게 가둬놔야 숨을 쉴 수 있다.
한바탕 소동 후 고추를 땄다.
파란 참외는 짱아치 담글 것
소금물에 담가놓았다가 물에 우린 후
무치면 밥도둑이다
농약 한번 안했는데 다행히 병충해를 입지 않았다.
비가 적고 가물으니 어디나 고추는 풍년이다.
때깔 고우라고 세척하고......
고추 벌레는 대단하다.
저 매운 고추속에 들어가 파 먹고 사니........
햇볕에 널어놓고
요건 처음 심어본 땅콩
줄기가 땅속으로 내려가 열매를 맺는데 그걸 모르고
부직포를 덮었으니 ,으이고..........
서둘러 부직포를 열어주고.
방울토마토, 참외넝쿨, 오이, 고구마줄기 다 걷어내고 두둑을 만드는데 한나절....
남원 종묘상에서 배추모 한판(120포기)을 사왔다.
아랫집 충고에 따르면 배추 모종은 가장 비싼걸 사다 심어야 한다고 해서
만원짜리를 샀다 (보통 6천원 인데)
저래 보여도
한달 후면
막걸리에 배추쌈을 먹을 수 있고
두어 달 후면 김장을 담글 만큼 자랄 것이다
.
정신없이 보낸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