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10. 9 한글날
산행이라기보다 산에 쉬러간다고 해야 맞겠다.
큰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수시로 시려오는 콧잔등.
산에 들고 싶었다.
월명암 대웅전에서.......
10.9일 아침
내변산에 왔다
" 그리운 것들에 다가서는 무기는 기약없이 떠도는 것 뿐이다 "
월명암 가는 길
사람이 없어 좋다.
관음봉위로 해가 눈부시다.
월명암 가는 길
이 시간 아들은 무얼할까?
자연 우주는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데
인간은 옳음과 다름의 조각맞추기 퍼즐게임에 여념이 없다.나뭇잎이 서서히 진다.
그 잎 하나하나 바람결에 날릴떄
나도 늙어 시들어 가는 노심을 그저 바라본다
수많은 산
당겨 본 월명암
이제부터 길은 평지다.
입구부터 마음이 편해진다.
월명암에서
인간을 슬프게 하는 것은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니라
그것을 핑계삼은
생활형 인간의 세속화
그 천박함이다.
지난 주말 오른 의상봉(좌)와 쇠뿔바위봉(우)
호남 3대 승지중 하나인 월명암 (대둔산 태고사, 백암산 운문암)
여기서서 나를 본다.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 할 자식들
돌연 다가온 이 순간이 먹먹한 것이다.
나의 노년
퇴직후 인생을 그려본다.
아내와 자식에게 짐이 됨이 없이
스스로의 삶을 영위할 것이다
남자는 나이가 먹으면 부인이 있어야 평균수명이 늘고
여자는 남편이 없어야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런것 같다,'
어머니를 봐도.
남자는 늙으면 쓸모가 없어진다.
노후엔
씀씀이를 줄인 절제된 삶 속에서
야영과 캠핑을 즐기며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고
며칠씩 아니 몇주씩 전국을 돌아다니리라.
더러는 외국배낭여행도 나가 볼 일이고,
그러다가
어느 들판
이름없는 골짜기에서
생을 마감한다면
그 또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번잡하지 않은
마감
모든것이
정지된 아파트를 떠나
이 살아있는 자연에 서면
모든게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산을 찾고
집을 나온다.
거기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거창한 50평아파트나
빌라에 들면
감탄은 있지만
감동은 없다.
죽은것에선
감성을 느낄수 없다.
이제 월명암을 뒤로하고
쌍선봉으로 간다.
월명암은 당분간 자주 찾을 것 같다.
생각할 수 있어 좋고
생각을 버릴 수 있어 좋다.
아들이 제대할때까지는...
척박한 환경에서
맺은 호박 두덩이
부안호와 서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쌍선봉에 왔다
바삭거리는 갈대군락을 지나 석양과 갯벌너머의 먼 바다를 본다.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없는 갈대는 바람에 스치면서 소리를 낸다.
제 소리가 아닌 대신 내주는 소리는
결핍이라서 쓸쓸하다
약간의 술과
책 한권을 가져왔다.
오늘은 산행이 목적이 아니다.
상념이 사라지면 여백이 생기고 평화롭다.
늘 겪는 일이지만 땀흘려 노동하고 육신의 고통이 생겨야 상념이 없어진다.
몸이 편해지면 대체로 마음이 혼잡하고 고통스럽다.반대로 몸을 혹사하면 마음이 이완된다.
하룻밤을 지내려고 캠핑준비를 하는데도 이만 저만한 일거리가 생기는게 아니다.
그러나
좋아서 하는 일이라
지쳐도 즐겁다.
박상설
우리나라 최초 오토캠핑 선구자
50대 후반 뇌졸증으로 쓰러져 치료불가판정
죽을바엔 산에서 죽자고
배낭하나 메고 비척이며 자연으로 떠났다.
30여년간 몸을 회복
87세란 나이로 이 책을 썼고
지금도 오대산 자락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녹색의 인용구는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