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잠시 머물며
산꼭대기는 차마 오르지 않는데
오르기 힘들어서는 결코 아니다.
산에 사는 사람의 눈을 가지고서는
인간 세상 바라보기가 두려워서다.
산 사람의 마음을 떠보려고
문에 들어가 술주정부터 부려봤으나
반가움도 불평도 끝내 안 보이니
진정한 고사임을 알아차렸다.
이규보
山中寓居
高顚不敢上(고전불감상)
不是憚躋攀(불시탄제반)
恐將山中眼(공장산중안)
乍復望人寰(사부망인환)
欲試山人心(욕시산인심)
入門先醉奰(입문선취비)
了不見喜慍(요불현희온)
始覺眞高士(시각진고사)
2014. 8. 16
전북 완주군 절벽아래 암자 안수암에서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