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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산 영원사 가는 길

산처럼 바람처럼 2014. 1. 13. 06:27

운장산 산행을 마치고

남원 운봉 <내송헌>으로 내려왔다.

서둘러 난로를 지피고

따끈한 물로 샤워를 마치니

비로소 하루가 정리된다.

모닥불, 장작불, 난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훈훈하게 해주는........

 

따스한 열기 때문이리라.

다 포용하는 그 열기.

 

 

편안한 시간

혜민스님의 책을 열었다.

참 공감가는 구절이다.

더러 갈림길에서 많이 망설일때

도움이 되는 조언.

 

12일 일요일아침

마천면의 양정마을에 왔다.

어제 산행여독이 남아

삼정산자락 "영원사"나 다녀올 요량이다.

 

이곳에 서면 늘 겸손해진다.

경사진 비탈길에 이루어진 마을.

척박한 모습.

영하의 날씨에 더 그러하다.

 

 

차로가는 편한 길을 버리고

오롯한 산길로 들어섰다.

 

맹자의 진심(盡心) 하편에 보면 " 산중의 좁은길도 계속다니면 좋은 길이되고 다니지 않으면

곧 풀이 우거져 길이 막힌다" 란 구절이 있다

영원사 가는길은 바로 위에 포장도로가 있으나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어 묶지않고 이어져 있다.

포장도로로 느낌없이 차로 오르면 영원사는 그저 볼품없는 암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길을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홀가분히 절에 가볼 일이다.

 

50턱을 넘어서니

홀몬작용인지 무엇인지

마음이 여려지는 듯 하다.

티비나 영화를 보면 당황스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작은것에 감동하고

메말르는 가슴에 비해 눈물샘도 실룩거리고.

그것이 자연현상이고

그래야 된다는데

아직은 당황스럽다.

좀더 할 일이 있고 바빠야 하고 갈 길이 많은데......

 

아무튼

이 산길 처럼

묵히지 말고 물 흐르듯이 내 감정을 숨기지는 말아야겠다.

 

편한 길에 올랐다.

이 길은 가을

늦가을에 걸으면 참 운치있는 길이다.

내려갈때는 이길로 가리라.

......................

 

 

영원사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적막함이 감도는 산사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바람소리도 없는 산을 바라본다.

가슴 저 속에 박힌 그 무엇이 이제야 실타래 풀리듯 토해 나오고

그 자리엔 코끝 싸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가득해졌다.

 

이 고요속의 안락한 편안함

오길 잘했다

 

지리산.

 

문득 삼정산에서 눈쌓인 지리산이 보고 싶어진다.

깜빡 잊고 살았던 도솔암 뒤 전망바위도..

그러나 오늘은 이 게으른 평화를 더 즐겨야겠다.

 

올 겨울엔 저 능선에 올라 눈쌓인 첩첩산중 지리산을 보자

 

한무리의 산꾼들이 영원령으로 향하고

영원사는 다시 고요속에 묻힌다.

 

 

 

 

2014년 일요일 영원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