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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가을 어느날

산처럼 바람처럼 2013. 11. 12. 09:25

 

 

올해는 어째 가을이 싫다.

아니 가을이 싫다기 보다

떨어져 버리는 낙엽과 스산함

그런게 싫은 것이다.

 

작년인가?

어머니와 차로 뱀사골을 지나는데

하시던 말씀.

저 나무는 내년에 또 잎이 나겠지.

그 말씀이 오래 남았다.

............................

 

 

지리산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야영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다.

 

텐트를 세우고 서넛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고

별을 보고

눈을 맞고

그런 멋진 시간을 만들 장소가 없다.

 

그러던 차 주천면 내기마을 뒤의 폐사지를 찾았다.

 

어느덧 올해도 거의 다 가고.

 

 

이미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어

배낭을 벗었다가 메려면 젖은 땀의 한기가

몸을 움추리게 만든다.

 

 아직 산 중턱은 곱다.

 

 

 

이런 길을 노닥거리며 가는데

오소리인지 너구리인지 뒤뚱거리며 지나간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이런 색의 산책길이 더 좋다.

 

 

발길을 멈출수 밖에.

 

저것은 누구의 영면을 위한 물건일까?

그때는 근사했는지 몰라도

오늘은 저 모습이다.

 

모두 다 덧 없는 걸.

 

 

그 언젠가 한때는 정갈하게 자리했을 이곳.

늦가을 어느날

바람소리만 무성하다.

.

 

영재봉이 보이는 이쯤이 좋겠다.

 

 

이쯤이면 조용히 내리는 눈을 즐길 수 있겠다.

 

그땐 따끈한 청주가 어울리겠지!

 

 

 

 

 

모 일간지에 연재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1955~69년생들에게 전문가가 보내는 조언!

자녀 조기 유학 보낼 돈, 자신에게 써라.

 

이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면 현재 어느정도 안정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른바 베이비부머나 386세대.

지금 노인들은 한달에 40~50만원으로 사는 방법을 안다고.

당장 우리 어머님도 그렇다.

나도 그렇게 살수 있을지 자문해보라고.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 10년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다.

지금의 40~50대에게 귀농·귀촌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5억원 집을 팔아서 시골로 내려가면 2억원으로 집 사고 나머지를 은행에 묻어둘 수 있다.

조기 유학도 독일·프랑스 등 희소성도 있고 비용도 적은 곳이 아니라면 이젠 피해야 한다. 오래 벌어야 하니, 자녀의 스펙보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씀씀이를 크게 줄일 수 없다면 계속 버는 수밖에 없다. 아내도 취업 전선에 나가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중략 ..................................

 

에휴~!

쫄쫄흐르는 계곡에 앉았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내일은 어떨지 잘 안다.

이제부터 구차한 것들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한 때.

 

세개도 많다.

사발 두개 수저 두개.

 

 

모두 털어내고

이런 곳에서 사는 연습을  해야지.

 

먼날 !

신발을 벗는 날

조금 후회가 남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