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째 가을이 싫다.
아니 가을이 싫다기 보다
떨어져 버리는 낙엽과 스산함
그런게 싫은 것이다.
작년인가?
어머니와 차로 뱀사골을 지나는데
하시던 말씀.
저 나무는 내년에 또 잎이 나겠지.
그 말씀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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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야영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다.
텐트를 세우고 서넛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고
별을 보고
눈을 맞고
그런 멋진 시간을 만들 장소가 없다.
그러던 차 주천면 내기마을 뒤의 폐사지를 찾았다.
어느덧 올해도 거의 다 가고.
이미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어
배낭을 벗었다가 메려면 젖은 땀의 한기가
몸을 움추리게 만든다.
아직 산 중턱은 곱다.
이런 길을 노닥거리며 가는데
오소리인지 너구리인지 뒤뚱거리며 지나간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이런 색의 산책길이 더 좋다.
발길을 멈출수 밖에.
저것은 누구의 영면을 위한 물건일까?
그때는 근사했는지 몰라도
오늘은 저 모습이다.
모두 다 덧 없는 걸.
그 언젠가 한때는 정갈하게 자리했을 이곳.
늦가을 어느날
바람소리만 무성하다.
.
영재봉이 보이는 이쯤이 좋겠다.
이쯤이면 조용히 내리는 눈을 즐길 수 있겠다.
그땐 따끈한 청주가 어울리겠지!
모 일간지에 연재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1955~69년생들에게 전문가가 보내는 조언!
자녀 조기 유학 보낼 돈, 자신에게 써라.
이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면 현재 어느정도 안정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른바 베이비부머나 386세대.
지금 노인들은 한달에 40~50만원으로 사는 방법을 안다고.
당장 우리 어머님도 그렇다.
나도 그렇게 살수 있을지 자문해보라고.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 10년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다.
지금의 40~50대에게 귀농·귀촌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5억원 집을 팔아서 시골로 내려가면 2억원으로 집 사고 나머지를 은행에 묻어둘 수 있다.
조기 유학도 독일·프랑스 등 희소성도 있고 비용도 적은 곳이 아니라면 이젠 피해야 한다. 오래 벌어야 하니, 자녀의 스펙보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씀씀이를 크게 줄일 수 없다면 계속 버는 수밖에 없다. 아내도 취업 전선에 나가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중략 ..................................
에휴~!
쫄쫄흐르는 계곡에 앉았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내일은 어떨지 잘 안다.
이제부터 구차한 것들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한 때.
세개도 많다.
사발 두개 수저 두개.
모두 털어내고
이런 곳에서 사는 연습을 해야지.
먼날 !
신발을 벗는 날
조금 후회가 남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