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결혼후 20여년간 김장은 아내의 몫이었고
난 그저 간이나 보고 "되얏네!" 하며 수육에 막걸리나 마시거나
아니면 산으로 튀는 날이었다.
그러다가 산골에 오두막을 마련해 놓은 후
무언가 조짐이 역전(?)되고 있는데
작년에 심어본 배추가
시장에서 사먹는 그맛 하고는 비할 수 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엔 어머니와 둘이 배추를 따서 다듬고
절이고 씻어서 전주로 가져오면
아내는 양념만 만들어 버무린 후 냉장고에 넣으면서 하는말
"매년 이렇게 하자고"
음!!
올해도 120포기정도 심었나?
퇴비와 비료가 부족해 마지 못해 자라준 배추가 나름
잘 되어가고 있었으나.
10월에 군에 입대한 큰 아들 때문에
1달 넘는 기간동안 우리는
무엇하나 손에 잡질 못했다.
결국 훈련소 수료식날 천리길을 달려
시커멓게 변한 아들을 확인하고나서야
일도 손에 잡히고 먹을것도 찾아먹고
김장을 하기로 했다.
올해는 아예 운봉에서 절이고 버무려 김치통에 담아 오기로......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좋은날에
배추를 따고 다듬고 쪼개고 소금물에 담가 다시 큰통에 넣어 저리고
북어대가리 다시마 등등을 가마솥에 끓여 육수를 내고
풀을쑤어 양념을 만들고.
다음날 잘 절여진 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김장은 배추가 다섯번 죽어야 완성된다고 하는데
뽑고 쪼개고 절이고 버무리고 통에 담그느라 사람도 다섯번은 죽어야
김장이 완성됨을 알았다.
파김치가 되어 전주로 오면서
내년부터는 배추를 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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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새로 담근 김치쭉쭉 찢어
이백막걸리 한잔 마셨더니
웬걸..
내년엔 퇴비도 사고
배추 절이기 편하게 마당의 샘도 좀 넓혀야 겠다.
배추를 따고
쪼개고
절이고
마늘찧는 아들
팔선주용 약초
김장독
내년 봄에 먹어야지
약초가 다 달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