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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산처럼 바람처럼 2014. 6. 2. 19:37

 

 

오늘날 우리사회가 힐링 열풍에 휩싸인 이면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삶이 자리하고 있다. 스스로 자기 삶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기에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될 수록 내면의 복잡성에 얽히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그렇거니와 수행자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임제 스님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강조하기도 했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 있는 그곳이 진리의 세계’임을 일러준 이 가르침은 곧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결국, 보통 사람들의 삶에 잇대어 보면 “네 삶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국민 멘토로 불리며 힐링 열풍의 한 가운데 선 스님들 역시 법석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스님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세간의 삶에 견줘 전하며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을 일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 이 스님은 산중에서의 그림 수행 30년을 녹여 말이 아닌 시와 그림으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한다. 허허당 스님이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로 파괴되고 상처 입은 생명들을 위로했던 허허당 스님이 두 번째 그림 잠언집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를 통해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대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 되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비고 빈 집 허허당 스님이 전하는 현재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길이 책 속에 가득하다.

스님은 무엇보다 집착을 경계한다.

“집중해서 하는 일은 일 자체가 즐겁고 집착해서 하는 일은 일 자체가 고통이다. 집중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것이고 집착은 늘 지나간 것에 대한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집착하지 않고 집중해서 산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갖고 놀고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시를 갖고 논다. 무엇이든 집착하지 않고 집중해서 노는 사람은 삶 자체가 시요, 그림이다.”

그리고는 “단비가 단 것은 잠시 스쳐 지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잡고 있으면 괴로움”이라며 “지금 길이 없다면 고요히 앉아 자신을 보라 모든 길은 자신을 통한다”고 말한다.

 

전체 여섯 장으로 이어지는 책 속 시들은 자기 존재의 귀함을 깨닫게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눈뜨게 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며, 홀로 훌쩍 여행길에 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참 나의 길을 찾도록 이끌어 준다.

“삶을 자유롭고 통쾌하게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자.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 멋지게 한번 놀아보자”고 말하는 그림 수행자 허허당 스님이 명상에서 얻은 맑은 기운을 시와 그림에 그대로 담은 책에서 집착과 소유를 떠난 길을 만나고, 자기를 겸손히 살피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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