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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지리산)

산처럼 바람처럼 2011. 9. 24. 21:28

칠선계곡

그 이름만으로 가슴이 설레는 길

겨울엔

함부로 발을 들여 놓기가 망설여 지는 곳.

그래서인지

칠선계곡은

늘 가고 싶으면서도

선뜻 발을 들여 놓기가

망설여 졌었다.

 

추성리에서 천왕봉까지

25리 산길을 걷기로 했다.

특히 추성리에서 칠선폭포

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의 그 구간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남원에서 청풍을 만나

추성리에 도착하니 6시 30분

부지런히 걸으면 1시쯤 천왕봉에 도착하겠다.

 

추성마을은 어느새 새 단장을 했다

주차장에서 추성산장까지

이제 2차선도로가 열렸고

시골집들은 아담한 펜션들로 단장했다.

 

[추성산장까지 시원하다]

 

장구목 오르는 길

칠선에서 힘드는 구간중 하나이다.

몸을 푸는 구간이기도 하고.

 

여기서 바라보는 두지터는 언제나 아늑하다.

칠선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곳

고목나무아래서 늘 쉬어갔는데

산길이 넓어지며 옛 정취는 사라졌고

트럭 몇대가  세워졌다.

 

천왕봉8.2킬로

비선담, 비선담.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지.........

 

 

신식 펜션으로 바뀐 두지터에서

오늘은 땀을 닦지 않고 곧바로 계곡으로 들었다.

지난 폭우를 핑계로 산길은 철통같이 막혀있고

출렁다리도 망가졌다.

 

계곡은 바위들이 굴러와 그 깊이가 얕아졌지만

산길은 변함없이 계곡 좌측으로 이어진다.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선녀탕으로 가는 길은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천왕봉이 멀어서 그렇고

산길이 거칠어서 그렇다.

 

[선녀탕 자리]

 

깊이가 가슴을 넘던 선녀탕이 자갈로 메워졌다.

그냥 이름없는 계곡처럼.

 

[옥녀탕]

 

선녀는 가고

옥녀만 남았다.

칠선엔..

 

어찌 되었든

그런 여름이 가고

칠선엔 가을이 오고있다.

 

 

이 계곡에서 길이 끊겨

사방을 두리번 거리다가 계곡 건너편에 팔랑거리던

색바랜 표지기를 발견하고

기뻐하던

그 스릴 넘치던

그런 기쁨을

또 느낄 수 있을까?

 

부서지고 끊어진 인공 구조물들이

흉하다.

복구하기도 쉽지 않을테고

공단에서 시행하던

칠선계곡 예약제 안내산행은

이제 끝난 것 같다.

 

칠선은 이제 다시

사람을 멀리 하고싶은가 보다.

 

복구하지도 말고

산길을 막지도 말았으면..

 

 

 

급한 마음에 아침도 거르고

산에 들었기에 허기가 진다.

막걸리 한잔과

장아찌에 식은 밥이 맛있다.

 

이 계곡에 앉아

찬밥 한덩어리 맛있게 삼키며

고개를 들어보니 아침이 오고있다.

눈부신 햇살이

저 위 능선위에 쏟아진다.

 

칠선폭포는

곁눈질로 담고

대륙폭포앞에 1주일만에 또 섰다.

 

아침의 대륙폭포.

 

마폭으로 발길을 돌려

속도를 내보는데

그냥 두면 녹아 없어지겠지.

 

몇년전엔 여기서 표고를 거뒀는데

합수부라 바람이 잘 통하는가보다.

올해 버섯은 흉년이라는데.

 

 

삼층폭포를 향해간다.

계곡은 붉으스레한 바위돌들이 굴러와

낯설다.

 

이 모습이

이제 또 칠선 모습이겠다.

나만 변하는줄 알았는데.

산도 변하네.

 

[삼층폭포중 1층]

갈길이 멀지만

그렇다고 그냥 갈수도 없지 않은가?

 

 

[2층]

 

[3층]

 

마폭포 가는길

산길은 계곡 좌측으로 이어졌는데

그 길을 찾으러 일부러 수고 할 필요가 없었다.

머지않아  계곡 옆으로 또 길이 생기겠지.

 

예상과 달리

마폭포는 멀었다.

[마폭우골]

 

 

이 곳 역시 바위로 메워졌다

폭포가 짧아졌다.

 

30여분간 머물렀나보다.

막걸리 한잔 마시며

이 곳에서 길을 버리고 좌우골로 오르내렸더니

오히려 천왕으로 오르던 산길이 그리웠다.

하늘로 곧추서 때론 네발로 오르던

이 길이.......

 

이제 얼마 안남았다

 

이 주목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주능이 가깝다

등산객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린다.

철계단 아래 너덜구간이 힘든다.

 

 

가뿐 숨을 참고 고개를 들어보니

가을이 오고있다.

천왕봉에.......

 

 

이 계단만 오르면 되는데....

 

중봉위론 구름이 계속 넘고있다.

 

천왕봉

6시간만에 정상이다.

일월대 옆에서

목을 축이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기쁨을

남의 일처럼 즐긴다.

 

칠선계곡

예상과 같이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6시간 동안

꿈결같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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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으로 가야한다.

지난 주말

걷지 못한 비박플라이를 걷으러.

낡아서 두어번 사용후 버려야 겠지만

흔적을 남기고 내려온 것 같아 일주일이 불편했다.

 

통천문 아래엔 가을색이 짙어졌다.

이렇게 가을이 또 오고 있다.

가을이.......

 

제석봉으로............

부드러운 풀들이 유혹한다.

문득 지난주 폭우가 생각나 씁쓸히 웃어본다.

서리가 내릴때 오기로했다.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제석봉과 주능.

 

오늘까지 그날 빗물이 고여있네.

 

 

* 산행일 : 2011.9.24

* 산행코스 : 칠선-제석봉-소지봉능선-백무동

* 산행시간 : 06:30 ~ 16:30